내가 떠나려 하는이유

현재 업무에 대한 불만이 폭발기를 넘어 체념기를 지나가고 있다...

왜 이렇게 불만족스러운지 적어본다....
적으며 생각을 정리하고, 나중에 이곳을 떠났을때 이렇게 힘든 시기도 있었다는것을 상기하려는 이유이다.

1. 전산업무의 불만족
가장 큰 이유이다.

원래 먼가를 만들거나, 새로운것을 해보거나, 창작물을 만드는것을 별로 안좋아한다.
더 정확하게는 싫어한다.

거기에 더 싫은건 군대 워드병처럼 생각없는 현업담당자들이 내뱉는 말들을 논리적으로 정연하게 만들어서 프로그램을 짜는게 아주 짜증난다. 군대 워드병도 아니고...

회사에서 밥벌어 먹는건 자기의 기술과 시간을 팔아 받는 결과인데, 인사도, 회계도, 연수도 모두 기술인데, 유독 우리 조직에선 전산파트를 기름쟁이 취급을 한다. 전산파트의 열악한 근무환경을 모두 당연시 한다.
야근도, 주말 출근도....
전산은 원래 그런거 아니냐면서..
동문회건 동기모임이건 사람들과 만나서 얘기하다보면, 내 업무가 전산인걸 아는 순간 영양가 없는 사람 만났다는 표정이 역력하다. 내가 내 업무에 만족한다면야 전혀 신경쓰이지 않을 일이지만, 하루하루 매 순간 하는일에 짜증을 참아내며 살아가는 나에겐 또다른 짜증이다. 
본부는 어느정도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권한이라는게 있는데, 전산은 그게 없는것도 한 이유일지도 모른다.

업무에서 만족이나, 보람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점도 크다.
전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스스로 개발한것을 다른사람이 이용하는것을 보며, 보람과 희열을 느낀다지만, 난 그렇지 않다.
지점에서 상품안내후 고맙다는 말한마디에 보람을 느껴본적은 있어도, 내가 만든 프로그램을 보며 보람을 느낀적은 전혀 없다.
(그렇다고 지점이 좋다는건 아니다. 단지 비교대상업무가 지점밖에 없어서이다. 신입행원하며 느낀 보람과 비교하면 지금의 현실이 더더욱 참담해 진다.)

하루종일 말없이 무표정하게 컴퓨터 자판이나 두드려대야하는 작업형태도 싫다.
말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말없이 일하는것보단 누군가와 소통하며 일하는게 더 낫다.

2. 원격지 근무로 인한 주말부부
사실 두번째 이유이지만, 애들이 커가며 1번순위와 비등비등해졌다.
업무에 만족을 못해서 더 차이가 좁혀졌을 수도 있고, 호진이말대로 정말 중요한것을 깨닫기 시작한것일 수도 있다.

아이가 둘이다 보니, 처가집에서 도와주지만 집사람이 많이 힘들어한다.
애들이 아파도, 보고싶다고 말을해도 난 아빠로써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것이 아무것도 없다.
아이가 커서 왜 자신들이 힘들고 돌봄이 필요할때 옆에 없었냐고 물었을때,
"돈 버느라고..."라고 밖에 말할 수 없는 미래도 두렵다.
"아빠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고있었어. 우리가족의 희생이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되었어." 라고 말할 수 있는 미래는 그저 꿈인가?
그렇다고 하더라도 아이들이 아빠를 원망하는건 어쩔 수 없을듯하다.

아빠를 손님으로 인식하는듯한, (주말에만 와서 조금 놀아주고 혼자 쉬다가 게임하다 가는 사람으로) 4살짜리 아들의 행동.

다시는 볼수없는 내 아이의 유아기를 보지 못하는 고통.
살부대끼며 살아가며 쌓아가는 추억의 부재...
조금만 놀아줘도 "아빠 사랑해...아빠 회사안가면 안돼? 태우랑 놀자..."라고 말하는 아들을 뒤로하고 와야하는 슬픔.

이 모든것들이 두번째로 나를 힘들게 하는 점이다.
가족과 떨어져 사는 고통을 어찌 말로 다 표현하겠는가..

3. 조직내에 비젼 부재
인재개발원에서 나간다고 하면 언제든 나갈 수 있지만, 전산부에서 나간다고 하면, 마음대로 나가지도 못한다.
그만큼 인재개발원에는 오고싶어하는 사람이 많고, 많은 사람들이 지원할 만큼의 이유가 있고,
아무도 나가지 못하게 막는 전산부는 오고싶어 하는 사람도 없고, 오는 사람은 없고 나가고 싶어하는 사람만 이유가 다 있는것이고

직장생활을 하며 승진을 원치 않는다면 거짓일 것이다.
동기들이 승진하는건 당연한것이고, 내가 승진할 생각하는건 이상하게 보는 현재의 파견근무, 전산부 소속...
지난 승진시즌에도 동기는 당연히 승진할거라는 소리 듣고, 나는 일말의 가능성도 없다는 주변 모든사람들의 인식.
담당 팀장과 과장조차도 그랬으니, 누가 나를 신경쓰겠는가...
한참 어린 후배들한테 동정이나 받는 신세가 되어버렸을때의 기분은 정말 더러웠다.
능력을 떠나 나는 동등하게 경쟁할 위치조차 안되었던 것이다.

제너럴리스트를 원하는 나에겐, 여기서 나간 후 다른 부서에서 불러줄 가능성에 대해서도 무척이나 회의적이다.
업무를 하며, 다른 부서와 일을하며 인맥도 넓혀가고, 그 부서에 가도 잘할 수 있다는 인상을 심어주는것이 중요한데..
지금의 업무에서는 전혀 기회가 없다.
점점 더 그러할 것이다. 나이는 먹어가고, 현재업무에 불만족하는 모습을 본 사람들 중 누가 나를 인정해 주겠는가...
이전 공모때 모 부서를 지원했다. 일면식이 있는 그부서 직원에게 업무도 물어보고 지원했다는 말도 했다.
"어 잘되서 오면 좋겠네.."라는 빈말만 듣고, 공모가 안되었을때도 별 말조차 듣지 못했다.
그만큼 내가 매력적이지 못했다는 뜻일것이다.
나중에 들으니 다른직원에게는 "지원만하면 끌어줄께."라며 지원해보라고 말도 했었다는데, 나에게는 그만한 가치를 못느꼈나보다. 
그 사람 보기에도 나이는 먹은놈이 회사에선 침울하게 있고, 자기일이라고 할 만큼의 두각을 나타내지도 못하고 있으니, 선택권이 있었다 하더라도 나를 선택할 가능성이 있었다고 생각치는 않는다.
현재의 업무를 잘하고 싶은 생각도 없지만, 잘해서 두각을 나타내기는 더욱 싫다.
다른곳으로 가기보다 전산에서 벗어나기 더 힘들것이라는 판단때문이다.

그래서 더더욱 떠나야 한다..
이런 불만족스러워 하는 내 모습을 더 많은 사람에게 더 오래 보여주기 전에....

지점에서 생활하다보면 기회가 있을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여기에선 그나마의 희박한 기회도 없기 때문이다.(우리 은행 인사정책상..)

4. 그외
많지만...위의 세가지 큰이유에서 파생된것들이기 때문에 적지 않는다.
하지만 참으로 다양하게 많다. 

---------------------------------------------------
사실 지점가는거 원치 않는다...지점에서 영업하는것도 매우 맞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춘천에 가려면 지점에 가야하고, 춘천에 가면, 업무만족도는 비등비등하고, 가족만족도는 매우 올라가며, 비젼은 그나마 아주 미약하게 나아질것이라 생각하기때문에 지점에 가야한다.

세상은 참 생각하기 나름인것같다.
처음 지점갔을땐 내가 밀려서 온것이라는 생각에 너무 힘들었다.
가뜩이나 힘든 지점생활에서 적응도 못하고, 스스로를 많이 깎아내렸었다.
덕분에 새로만든 가족과 1년을 같이있었지만, 그 기쁨은 느끼지 못한채 지냈었다.
연수원이라는 달콤한 유혹에 빠져 가족을 뒤로하고 떠난 우매한 선택덕에
원치않는 직무, 주말부부라는 이중고를 2년 10개월째 참고 견디고 있다.
앞으로의 선택은 가족이 최우선이 될것이다.
일은 일일뿐...행복하게 살기위해 잡은 직장이라는것을 한번의 잘못된 선택으로 절실히 깨닫고 있다.

갑작스런 발령으로 지점가서 많이 힘들어했지만, 그나마의 위안이었던것은 전산을 안하는 것이었다.
지점 사람들에게 따를 당해도, 실적없어 맨날 깨져서 힘들어도...전산보다는 낫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근데 이렇게 적어놓지 않아서인지 그것을 까먹었었다.
그래서 지금의 참담한 현실이 다가온듯하다.

잊지말자...
현실에 적응을해서 현실에 만족 못할때 이 글을 다시 읽어보자...이런때가 있었다고......

내일 전화응대 교육때문에 8시까지 출근해야하는데...
쓰다보니 1시간넘게 붙잡고 있네...
언젠간 써야지하며 생각하고 있었던 글이다. 내일 출근이 걱정이긴 하지만, 쓰고나니 마음은 편하다...
현실에 대한 불만족을 쓴 글은 정말 많이 올리고 정말 많이 지워버렸었다...
이글은 지우지 말아야지...

by 빠샤 | 2009/05/28 02:02 | 내 생각 | 트랙백 | 덧글(4)

트랙백 주소 : http://jungs1004.egloos.com/tb/1911041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at 2009/05/28 11:00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빠샤 at 2009/05/28 13:24
고마워~ 사랑해~
주말에 또 많은 얘기하자~
Commented by Leon at 2009/05/29 13:44
엇.. 비공개 덧글은 현미씨인가.. ㅎㅎ
나도 사랑해줘~~
Commented by 빠샤 at 2009/05/29 17:27
처자식을 생각해..ㅎㅎ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